지하철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택배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배송할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65세 이상의 노인과 장애인으로, 국가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이용해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실버 택배' 기사들이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실버 택배 회사는 전국에 600여 개에 달한다. 실버 택배는 일반 퀵서비스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에게 직접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백화점 지점별로 부족한 재고 상품을 교환하기도 한다. 영등포구청역을 거점으로 하는 업체 일부는 주로 백화점별 상품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버 택배가 일종의 사회적 기업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A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선 늙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이들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실버 택배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유일한 생계 수단이자,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한 실버 택배 기사는 “택배 일이 아니면 일할 곳도, 일거리도 없다”며 무임승차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버 택배의 그늘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수수료다. 실버 택배 기사의 경우 택배 한 건당 운임은 거리에 따라 3500~4000원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 운임의 30~40%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어간다. 일반 퀵서비스 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이 20% 초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많게는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택배 기사가 온종일 일해도 손에 쥐는 것은 1만원 남짓에 불과할 때가 많다. 한 70대 택배 기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하면서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일부 직원에게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만, 이런 직원들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택배 기사가 지하철 계단 등을 오르내리다 넘어져 다치더라도 보상을 받을 길이 요원하다.
전문가들은 실버 택배 업종에 고착된 착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제노동기구에서 권장하는 적정 수수료는 10%를 넘지 않는다”며 “수수료 과다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이들의 착취 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 택배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과 장애인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수수료와 불안정한 고용 조건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