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12일 EVER 스타리그 2004 4강 2주차에서 임요환(테란)이 홍진호(저그)에게 쓴 희대의 전략이자, 스타판에 큰 영향을 준 경기를 말한다.
이 경기에서 임요환은 홍진호에게 극초반부터 자원채취를 희생하고 압박을 가하는 도박성 전략을 사용했는데, 홍진호는 이 전략에 당해 1세트에서 불리한 상황에 말려들었고 결국 패배했다. 그런데 홍진호는 2세트, 3세트에서도 같은 전략을 당하고도 판단과 대처가 매끄럽지 못해 1세트보다 짧은 시간에 GG를 선언하고 라이벌에게 20분 남짓한 시간에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엄청난 굴욕을 당했다. 그 결과 두 선수는 엄청난 여론의 파도에 휘말렸으며, 10년이 훌쩍 넘어 이 사건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도 둘의 이야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3.3 혁명, 6.20 황색혁명, 광삼패, 1.23 정전사건 등과 함께 스타 팬들을 넘어 일반 게임 팬들에게도 알려진 스타판의 대사건 중 하나이자, 아직까지도 '삼연X'같은 용어가 널리 사용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충격적인 경기이기도 하다. 물론 당사자가 겪은 정신적 충격도 어마어마했다고 전해진다.
4강 1주차에 박정석과 최연성이 5세트까지 가는 희대의 혈투를 벌인 직후여서 팬들의 기대치는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나아가 아주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인기 선수인 임요환이 지긋지긋한 인연이자 최대의 라이벌인 홍진호와 맞붙는 임진록이 성사되어 팬들은 이번에도 희대의 명승부가 나올 것이라며 들떠 있었다.
두 선수의 의욕 역시 하늘을 찔렀다. 당시 SKT T1의 주훈 감독은 임요환의 연습을 '마치 맵을 조각조각 분해하여 다시 짜맞추는 것 같았다'고 평했고, 평소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던 홍진호도 미친 듯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주차와 같은 명승부를 기대하는 수많은 팬들의 관심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으나, 임요환은 3연속 벙커링으로 홍진호를 3:0으로 스윕했다.
문제는 경기의 내용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였던데다, 총 방송 시간 1시간 10분 중 실제 경기 시간이 22분 42초로 너무 짧았던 것. 나머지는 광고와 중계진의 피눈물나는 설레발로 채운 시간이었다. 광고 시간만 따져도 대략 30분 안팎이었다.
하이라이트만 모아 3분 28초로 요약한 영상.
삼연벙 전략의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EVER 스타리그 2004 당시 임요환은 박성준에게 당한 충격적인 스타리그 예선 광탈을 딛고 챌린지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4번째 시드를 받고 참가하게 되었다. 이 챌린지리그에서도 그는 홍진호와의 임진록 대결을 SCV 러시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챌린지리그에서 임요환은 실제 치즈 러시를 즐겨 사용해 왔고, 때문에 홍진호가 이를 분석하고 대비할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당시 임요환의 연습 상대였던 박성준은 그 당시에도 임요환의 벙커링을 50% 확률로 막아냈고, 나중에는 오버로드로 미네랄 시야 밝혀놓고 드론이 뭉쳐다니는 컨트롤까지 만들어내서 어중간한 벙커링은 다 박살냈다.
다만 박성준은 임요환에 버금가라면 서러울 마이크로 컨트롤의 대가였고, 연습 상대였기에 질리도록 벙커링 막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잘 막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삼연벙 이후 전상욱과 나도현은 벙커링으로 저그를 찢고 다녔으며, 벙커링을 깔끔하게 막는 컨트롤은 한동안 박성준만의 것이었다. 홍진호 개인방송에서도 삼연벙에 대한 얘기가 가끔 나오는데 영상에서는 편집돼서 잘려 있지만 당시에는 홍진호가 아니라도 못 막았을 것이라고 해명한 적이 있다.
어찌됐든 임요환은 홍진호뿐만 아니라 자신을 도와 경기를 준비하던 사람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지독하게 벙커링을 연습하고 왔으며, 벙커링이 막힐 것을 대비하여 후속 전략까지 준비했음에도 홍진호가 거의 아무 대처를 하지 못하고 무너질 정도로 그것이 승부를 가르는 데 주효했다는 것이다.
임요환은 홍진호가 벙커링 정도는 당연히 대비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후 운영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박용욱이 돌아온 뒷담화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특히 벙커링 이후를 많이 준비했었다고. 반대로 홍진호의 컨트롤은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벙커링 상대로 저그가 망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벙커링에 최적화되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삼연벙이라는 사건은 결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었던 전략을 막지 못한 홍진호의 전략 실패였다.
즉, 객관적으로는 임요환이 기가 막힌 판짜기와 컨트롤을 통해 홍진호를 꺾은 것뿐이지만,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그 여파가 상상 이상으로 컸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