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밑에 가위 넣으면 가위에 안 눌린다? - 수면마비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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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밑에 가위 넣으면 가위에 안 눌린다? - 수면마비 증상

수면마비(睡眠痲痺), 또는 대중적으로 가위눌림은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수면 또는 가수면(假睡眠)의 진정 상태에서 불상의 요인으로 뇌의 의식 중추가 각성하여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여전히 잠들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용어이다. 수면마비는 대부분 얕은 수면인 렘(Rapid Eye, REM)수면 상태에서 경험한다. 몽압(夢魘)이라고도 한다.

'가위눌림'이라는 표현은 순우리말으로, 동사로는 '가위눌리다.'라고 표현한다. '가위'는 '꿈에 나타난 무서운 물체나 귀신'을 뜻하는 전통적인 어휘이나 오늘날에는 '가위눌림'이란 용례 외에는 완전히 쓰이지 않는 사어가 되었다. 이 때문에 동음이의어인 도구 가위(scissors)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아예 가위를 손이나 몸 위에 올려놓고 찍은 사진 등이 있을 정도.

반대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병으로는 몽유병이 있다. 이 쪽은 몸은 깼는데 정신이 안 깬 상태를 말한다.

'왜 잠을 자는가'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그 원리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사람의 수면은 얕은 수면인 렘(REM) 수면과 깊은 수면인 비렘 수면(Non-REM sleep, NREM)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 중에서 꿈은 렘 수면 상태에서 꾸게 된다. 이때 신체는 반사적으로 꿈의 작용에 의해 현실의 근육이 움직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안구를 움직이는 운동과 심장 박동, 호흡 등 항상성에 관한 근육을 제외한 다른 근육의 긴장을 이완(atonia)시킨다. 따라서 렘 수면시 사람의 몸은 움직이지 않는 마비 상태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렘 수면과 렘 수면 상태를 왔다갔다 하면서 근육이 멈췄다가 풀렸다가를 반복하며, 렘 수면 도중 각성하더라도 금방 다시 근육의 긴장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과도한 피로, 음주, 약물, 기타 수면 장애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따금 이 렘 수면 상태에서 의식이 각성해도 신체는 여전히 마비된 채로 깨어나게 되며, 이를 의학적으로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는 수면장애 증상으로 구분한다.

수면마비 자체는 인구의 30%-50%가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반적으로는 치료 대상이 아니지만 가끔 겪는 것이 아닌 만성적으로 이런 상황이 나타난다면 수면다원검사 등 정밀한 진단과 치료를 요할 수 있다.

증상

꿈이지만 일반적인 꿈과 달리 뇌가 이미 깨어났기 때문에 거의 잠에서 깬 사람이 현실을 느끼는 것처럼 꿈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뒷목부터 오며 이때 꾸는 꿈은 본인이 가위눌림에 익숙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악몽이다. 꿈을 꾸지 않고 눈만 뜨게 되는 상황도 있다. 물론 아직 온몸이 마비되기 전이라면 몸을 움직여서 깨면 되지만 쉽지는 않다.

또한 악몽을 꾸는 이유는 몸이 움직일 수 없는 이상 상태에 겁을 먹고 꿈에서 공포의 대상을 상상해 내기 때문이다. 혹은 가위에 눌릴 경우 귀신을 보게된다는 이야기가 흔히 퍼져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가위에 눌리면 귀신이 보인다'라고 뇌가 생각하여 귀신 형상이 보이거나 악몽을 꾸게 되는 것이다. 즉, 가위에 눌리면 영적인 존재를 본다는 선입견 때문에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가위도 일종의 꿈이므로 공포심을 접어두고 그 상태에 익숙해지면 자각몽에 돌입할 수 있다.다만 꿈 같은 건 전혀 꾸지 않고 환각도 안 보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의식이 이후에 서서히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보고된다. 이 경우 소위 '자다 깼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는 언급이 따라온다.

귀신을 보는 것 외에도 내 몸이 유체이탈하는 것처럼 떠오르는 증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신의 무의식에 꿈으로 투영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와 반대로 갑자기 땅으로 쑥 꺼지거나 절벽 끄트머리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이 때는 얼마 안 가서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이 팍 들어가며 잠을 깨게 된다.

수면마비에 의한 환각은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되는데, 첫째로 침입자의 위협, 둘째로 물리적 공격, 셋째로 비정상적인 전정-운동 감각으로 나눌 수 있다. 셋째는 유체이탈이나 몸이 둥둥 뜨는 것과 같은 체험을 말한다. 실제로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감각 신호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는 나머지 둘과는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비교적 긍정적인 체험과 연관되어 있다.

반면, 앞의 두 종류의 환각은 공포를 비롯한 부정적인 체험을 야기한다. 일단 마비되는 체험 자체가 일정 부분 공포심을 자극한다. 또한, 수면마비가 발생하면 공격, 사고에 취약한 상태가 되니 자연적으로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위협 신호에 극히 민감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피해망상으로서 타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수면마비 중에도 외안근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눈을 뜨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고, 귀의 등자근도 움직일 수 있다. 꿈 속에서 나타난 환영이든, 아니면 어둠 속에서 불분명한 시각적 자극이든 간에 그러한 타자의 존재와 연결시켜 위협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위협에 대한 인식은 환촉으로도 확장되어, '내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를 붙잡아 움직일 수가 없다!'는 잘못된 사고로 이어진다. 아울러, 호흡에 관련된 근육 중 횡격막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심호흡을 할 때 사용되는 부호흡근은 다른 대부분의 골격근과 마찬가지로 마비되는데, 이는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목이 졸린다는 느낌을 유발하고 강화시킨다.

과거 SBS 미스터리 특공대에서 '가위'편을 방영한 적이 있다. 제보자는 거의 매일 밤마다 가위에 시달렸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국내에서 무당잡는 의사로 알려진 최면치료 전문센터 전문의를 찾아가 제보자의 무의식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최면 상태로 돌입했다. 그러자 밤마다 자신에게 찾아와서 괴롭힌다는 그 귀신을 발견했고, 의사가 진정시키면서 한 번 그 귀신에게 접근해보라고 하여 누구냐고 묻자 바로 자신의 엄마였다.

제보자는 숨겨왔던 과거사를 털어놓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런 무의식의 상처를 그저 억누르려고만 하자 결국 수면마비 형태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혀왔던 것이다. 제보자는 치료 후에는 귀신에게 벗어난 듯 매우 홀가분한 표정이 되었으며 그 귀신의 정체가 자신의 엄마인 걸 알고 나니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했다.

위 사례에서 제보자가 가위눌렸을 때 목격했던 것은 귀신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인한 환각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즉 가위눌림이라는 극단적 공포 상태에서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각인된 가장 무서운 상황이 나타나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위눌림 상태에서 눈을 떠보니 자기 바로 얼굴 앞에 귀신이 있더라 하는 사례는 이런 클리셰로 나온 각종 공포영화나 괴담 등을 봤을 때 큰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각인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당연히 귀신만 나오는게 아니다.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가위눌림 때 군 시절 악명높은 고참이 나타났다는 일화도 있지 않던가. 갑자기 옛날 군 시절 무서웠던 고참이 "너 지금 처자고 있냐? 빨리 안 일어나!" 이런 소리가 들려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든지 하는 사례도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최면 치료는 환자가 접하게 되는, 단순히 겉으로 나타나는 귀신이나 기괴한 현상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최면을 통하여 환자의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행위인 것이다. 수면마비 상태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은 본인의 트라우마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것이 심하다면 최면 자격을 갖춘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트라우마와 관련된 경우는 뇌의 물리적인 병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므로 약물 치료는 신경안정제 같은 일시적 진통제에 가깝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은 한 장기적인 약물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심리적인 문제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트라우마의 원인을 찾아 심리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수면마비의 증상들은 무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최근 과학으로 이런 미지의 무의식 세계가 점차 밝혀지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한 최면술사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마취 없이 오른손 절개수술을 받아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과거 고승들이 참선하여 해탈의 경지에 들어서면 육체적 고통을 초월할 수가 있어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종교의 신비로 여겨진 적이 있었는데, 위의 최면술사도 불과 30초 만에 자기최면을 걸어 뇌로 보내지는 통증 신호를 차단한 뒤 무려 83분간 수술을 받았으며 오른손목에서 뼈를 잘라내는 과정이 느껴졌지만 아프지는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