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고래고기
본문 바로가기

음식.맛집.요리.레시피

'한국인의 밥상' 고래고기

 

고래고기의 맛은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과는 확연히 다르며 자세한 설명이 어렵다. 식감은 닭똥집과 돼지고기 중간 정도의 약간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특이한 맛과 냄새 때문에 육회로 먹기도 하지만 상업포경이 금지된 지금은 육회로 먹을 만큼 신선한 고래고기를 구하기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주로 찌거나 삶거나 해서 수육처럼 먹는데, 조리 후에는 소고기와 비슷한 진한 갈색을 띤다. 부위에 따라서는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앞다리살을 연상케 하는 비계가 붙어있기도 하며, 비계의 맛은 왁스와 비슷한 식감이다. 육질은 육지 고기와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비린 맛이 은근슬쩍 강해서 내륙 출신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래 자체가 워낙 큰 동물인 만큼, 부위별로 맛이 천차만별이다. 단 특별하게 조리를 하지 않거나 특정 부위만 발라내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비계가 많고 향이 강한 편. 그 향은 매우 독특하여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새우, 그것도 대하나 랍스터 맛이 아니라 크릴 같은 향과 맛이 난다. 수염고래의 주식이 멸치, 정어리 같은 작은 어류와 크릴, 새우 등 갑각류, 꼴뚜기 오징어 등 두족류이므로 고기에서 갑각류 맛이 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비계의 맛을 왁스와 비슷하다고 비교했으나 왁스는 그야말로 굳어진 기름 덩어리가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라면 고래의 비계는 녹는듯한 식감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삶거나 찐 고기를 살짝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비계의 식감이 더 강해진다. 쉽게 말하면 작은 기름 덩어리들로 이뤄진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는 맛(그러나 알알이 덜어지는 식감은 아니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방임에도 적당한 치감이 있고 묘한 풍미가 있다. 돼지고기 삼겹 수육의 지방과도 맛과 질감이 다르다. 그리고 부위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심하다. 다만 고래를 부위별로 내는 지방은 고래고기를 예전부터 먹어온 지방, 즉 부산-울산 지역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장생포 지역 식당에서 모듬 수육을 시키면 껍질, 목살, 내장 등등 5-6가지 부위가 한 접시에 나온다. 어느 부윈지 짐작이 안 가는 형상이 많다.) 내장과 고기 색이 어두운 부위는 아무래도 피맛이 나니, 처음이라면 검은 부위를 빼고 먹어 보고 괜찮으면 다른 부위를 추가하는 것을 권한다 . 수육인데도 상추, 겨자잎, 깻잎 같은 흔히 먹는 쌈 채소+쌈장과 이상하게 잘 안 어울린다. 편으로 썬 생마늘, 멜젓과는 어울리는 편이고 소금+후추+고추가루에 찍어 먹어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