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소곡주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주이며 주세법 상으로는 약주다. 대한민국식품명인제도의 특성상 명인 타이틀은 우희열 명인 한 사람에게만 부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산 전역의 양조장과 가정에서 제각각의 레시피로 생산된다. 한산 지역에만 70여 곳의 양조장이 있다.
도수는 발효주의 거의 최대 도수인 18도이며, 이 발효주를 증류해 만든 43도 불소곡주도 있다. 효모균이 살아있는 생주를 냉장유통하여 인터넷 판매도 하고 있다.
과거 백제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들어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술로 풀었는데 그 맛이 소곡주와 같았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구전하고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 백제본기편에 다루왕 11년에 추곡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에게 소곡주 빚는 것을 금지시켰다는 기록이 나온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젓가락을 찍어먹는데, 그 맛이 좋아서 계속 먹다가 취해서 일어나지 못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거나,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서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공통적인 점은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마시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만큼 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도 별명대로 술꾼 하나 앉은뱅이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이유는 맛 단락을 참조하자.
1960,70년대 양곡관리법에 의해 술 제조가 막혔을 때에도 충남 서천군 한산 지역에는 집집마다 소곡주를 몰래 빚어왔다. 우희열 명인도 처음 시집을 왔을 당시는 제조 허가가 나오지 않았을 때임에도 시어머니가 제조를 하고 있었고 자신도 그때부터 배웠다고 한다. 지금은 소곡주를 지역 특산물로 서천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한산 지역에서 만드는 소곡주만 한산소곡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되고 영세 양조장들에게는 공동 패키지도 제공하고 있다. 후퇴 일로에 놓여 있는 다른 지역 전통주들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상황. 면허 없이 만드는 가양주까지 합치면 가짓수가 엄청나게 불어난다. 단속을 피해 밀주로 유통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대형마트에도 납품되는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이지만 그 외에도 품질이 좋은 소곡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많으며 양조장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 맛이 다 다르다. 진한 단맛과 감칠맛(savory taste)의 결합이 소곡주의 특징인데, 이 단맛과 감칠맛의 비율에 따라 양조장의 개성이 갈라진다고 할 수 있다. 한산 바깥에서는 대부분 택배 주문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가격은 저렴한 와인 한 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세가 크게 안붙는 전통주라서 저렴한 것일 뿐 그냥 취하려고 뭉텅뭉텅 삼키는 싸구려 술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2015년을 기점으로 하여 한산 소곡주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월 마지막주에 한산 소곡주의 본고장인 서천군에서 개최되며, 관광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소곡주 빚기 체험, 품평회, 안주경연대회, 소곡주 경매 행사 등이 마련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천군의 다른 특산품인 한산모시와 한산모시떡도 체험할 수 있어서 다채롭다. 가장 잘 알려진 우희열 명인의 소곡주와 함께 더불어 기타 40여 개의 면허를 받은 양조장의 소곡주를 현장에서 맛보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양조장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맛과 감칠맛이 강하고, 알코올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곡주는 찹쌀 함량이 높을수록 단맛이 강한데, 소곡주는 대부분 곡류를 멥쌀 없이 찹쌀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모금은 식혜를 곁들여 인절미를 먹는 맛으로 시작해서 칡차를 곁들여 누룽지를 먹는 뒷맛으로 끝난다. 물을 적게 사용해서 더욱 달다는 느낌이 있으며 식감도 사케나 백세주보다 진하다. 말 그대로 '쌀과 콩으로 만들었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와닿으며, 문학작품에서 흔히 볼 수있는 '술이 입에 쩍쩍 달라붙네' 의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살짝 달짝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도수에 어울리지 않게 술술 넘어가고 곡주 특유의 깊은 풍미가 있다. 보통 전통주들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좋아할 맛이기도 하고 확실히 강하고 딱 와닿는 자극적인 맛과 향을 좋아하는 젊은 계층에게 어필할 맛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소곡주는 '술맛'을 어느 정도 아는 한국사람이라면 호불호를 타지 않고 나이 무관하게 좋아할 맛.
아무리 술이 쎈 사람이라도 처음 마시는 사람은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술이다. 도수가 주로 시판되는 희석식 소주(참이슬 후레시 등) 급인데도 불구하고 탁월한 맛과 향이 알코올의 쓴맛을 대부분 가려주기 때문에 정말 술술 넘어간다. 작은 잔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노골적인 쓴맛에 민감한 사람이 컵으로 마셔도 술인데 별로 안쓰네? 하고 생각할 정도. 취향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싫어하는 희석식 소주의 쓰디쓴 알코올 맛이나 맥주의 홉맛, 막걸리의 쉰맛, 양산형 곡주의 시큼한 맛도 없고 그렇다고 과실청 탄 소주처럼 끈적한 단맛도 나지 않으면서 알코올의 쓴맛이 잘 가려져 오히려 뒷맛이 보리차처럼 구수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깔끔하게 잘 넘어가는데, 보통 술자리에서 자주 마시는 소주나 맥주 등은 들이킨 후 안주로 입을 씻어주지 않으면 쓰거나 신 뒷맛이 입에 계속 남아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기가 참으로 고역스럽지만 한산소곡주는 구수한 뒷맛이 오히려 다음 잔을 더 땡기게 해준다. 또한 희석식 소주는 취할 목적으로 먹고 양산 맥주는 시원한 목넘김으로 먹지만 한산소곡주는 정말 달착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먹을 수 있는 술이다.
그 맛에 무심코 계속 홀짝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기가 묵직하게 올라오고 잘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아 얼큰하다 이제 좀 술이 도네. " 이 단계를 알지도 못한 새 지나가버린다. 초심자, 특히 젊은 사람은 자기 감만 믿고 막 마시다가 맛이 가기 쉬워서 비싼 술 마시고 정신줄 놓은 다음 집안 어른들한테 술꼬장을 부리다가 욕 한사발 먹을 수도 있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맛있다고 '마지막으로 딱 한모금만 더'를 시전하다가 순식간에 소주 몇 병 분량을 비우고 퍼지는 수가 있다. 안전한 음주 속도는 시판되는 희석식 소주와 비슷하게 10분 당 작은 잔 한 잔이며, 되도록이면 와인을 마실 때처럼 풍부한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느리게 마시는 것이 좋다.
진한 향과 단맛의 느낌이 불쾌한 위스키-보드카 쪽 취향인 사람이라면 안 맞는 술일 수도 있다. 또 희한하게도 역시 쌀이 주재료인 막걸리나 사케는 잘 받음에도 유독 이 술이 안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입문자들은 주의해야 하는 술이다. 절대로, 단 맛이라고 만만하게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