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히어로는 없었다! 신시대 다크 히어로 '체인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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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히어로는 없었다! 신시대 다크 히어로 '체인소 맨'

파이어 펀치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두 번째 장편 만화로, 초자연적인 힘으로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미지의 괴물인 '악마'와, 그에 맞서는 인간인 '데블 헌터'의 사투를 다룬다.



후지모토 타츠키 특유의 해체주의적 경향으로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전작들 만큼 안티플롯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주요 인물이라 생각했던 캐릭터도 가차 없이 죽어버리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설정이 밝혀지거나 스토리의 후반부가 아닌데도 엄청난 스케일의 적이 나타나는 등 예측을 비틀어버리는 전개도 자주 나오는 편. 전작과 마찬가지로 독특하면서 기괴한 연출과 B급 감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첫 화부터 민간인 대량 학살에 토막낸 인육을 먹이는 등 자극적인 요소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던 파이어 펀치와는 달리 체인소 맨은 소년 점프에 맞게 상대적으로 순화된 편. 작가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더 대중성이 강해진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파이어 펀치에 비해서이지, 연재 당시 소년 점프에 연재되는 만화 중에선 가장 청년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깔끔하고 왕도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의 전개가 취향인 독자들이라면 작가 특유의 힙스터스러운 전개 방식이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요소. 주술회전, 약속의 네버랜드처럼 2010년대 이후 청년만화 성향이 강해진 소년 점프의 변화를 드러내는 작품.



작가의 전작 파이어 펀치처럼 충격적이고 흡입력 있는 1화로 스타트를 끊은 후 일본, 서구권 웹, SNS, 그리고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소년점프에서 나온 만화답지 않게 매우 잔혹하다거나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은 파이어 펀치와 같은 전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호평을 받을 만큼 1화의 반응이 좋았다. 반면, 예상과는 매우 다르게 한동안은 점프 앙케이트에서 하위권을 기록했었다. 상술한 것처럼 점프 주 독자층의 성향과 거리가 먼 요소가 많은 점이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을 가져온 듯. 하지만 2019년 4월에는 중위권, 골든 위크 직전 합병호에서는 5위, 그리고 29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서양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1권이 미국의 NPD 북스캔에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제쳐서 3월 랭킹 1위를 차지하고 4~5권이 2개월 연속 2위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19일 기준 독일에서 50만부를 돌파했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후반부 전개가 말 그대로 우주로 가버리며 빠와 까가 극명히 나뉘고 일각에선 지뢰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전작 파이어 펀치에 비하면 정석적인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나름 준수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 감초로 작용하는 러브코미디 요소,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깨버린 참신한 전개와 전작에서도 보여준 훌륭했던 연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 전개 속도도 시원시원하고 굉장히 빠른 편. 이러한 장점 덕에 긍정적인 평이 많았고, 소년 점프의 주 독자층과 청년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B급 감성과 힙스터 성향의 독자들도 만족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앞서 언급한 작가 특유의 안티플롯과 블랙 코미디적인 개그센스가 더 크게 드러나며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갈수록 급격한 진행과 함께 좋게 말하면 파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따라가기 힘든 전개로 초중반부에 비해 부정적인 반응이 크게 늘어났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번뜩이는 연출이나 감동적인 장면을 그려내 여운을 주는 등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기존의 떡밥을 다 회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돌연 충격적인 최종전투 전개와 동시에 최종화 소식이 알려지며 파이어 펀치 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었다. 하지만 1부가 완결될 뿐이지 작품 전체가 급작스럽게 완결되는 것은 아니었고, 1부 완결에 걸맞은 마무리로 우려와 달리 나름대로 수습에 성공했다. 향후 2부의 완성도에 따라 작품 전체의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투 묘사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체인소맨의 전투씬은 역동적인 다른 소년만화의 전투씬과 비교하면 연출이 정적이며 짧은 편이다. 기술명을 외치지도 않고 주간 만화임에도 전투 하나에 수십 화를 들이지도 않는다. 행동 한 번에 수많은 등장인물이 죽어버리고 전투 사이 대사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 소년 만화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전투 묘사를 보인다. 초~중반부에는 이러한 액션씬이 작가의 B급 발상이 섞인 신선한 전개와 결합되어, 다른 소년만화와 차별화되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호평 받았다. 그러나 연재가 이어지며 액션신의 작화가 무너지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