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문화가 사실상 없는 아시아권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그 나라의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비교적 오래된 관습도 아닌데다 오히려 팁 문화가 가장 널리 퍼진 미국, 캐나다에서도 썩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인과 캐나다인이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여행을 하고 가장 좋았던 점으로 '팁이 없음'을 흔히 꼽는다는 점은 생각해볼만 한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지불해야 할 요금에는 그 서비스의 대가 자체가 이미 포함되어 있고 이런 팁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보너스'로 여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보너스'를 정당한 요금인 양 의무적으로 받아낸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북미에서의 문제는 이게 사실상 의무라는 것이다. 소비자 마음대로 액수를 정할 수 있으니 안 내거나 아주 조금 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웨이터가 정말 정신줄 놓은 행태를 부리지 않는 한 주지 않는 경우는 없다.
말없이 팁을 내지 않고 나가려고 하면 담당 종업원이 쫓아와서 "혹시 제가 불편하게 한 것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는데 '혹시 팁을 내는 걸 까먹은게 아니냐, 팁을 어서 내놓고 가라'라는 뜻이다. 그런데 딱히 불편한 것도 없었음에도 끝까지 팁을 내지 않고 간다면 가게에서 블랙리스트로 취급될 수도 있다.
종업원이 팁에 집착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데, 미국에서 웨이터의 임금은 손님한테서 팁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책정되기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적고, 지역에 따라서는 심지어 최저임금보다 낮다. 미국의 몇몇 주들은 최저임금조차 웨이터 같이 팁을 받는 직종은 다른 직종에 비해 절반보다 조금 위이다. 팁을 받는 노동자의 정확한 최저시급은 $2.13이다. 법적으로 꼭 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그 사람들은 팁을 못 받으면 정말 수입이 형편없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웨이터에게 팁은 보너스 개념이 아니라 봉급의 개념이다. 고용자가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할 임금의 일정 부분을 소비자한테 떠넘기고 있는 셈이 된다. 받은 팁을 모두 기록해서 고용주에게 제출하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액수만큼을 받을 수 있다지만,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아서 팁을 못 받은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손님들 한명 한명에게 팁을 악착같이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히 잘나가는 레스토랑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의 웨이터들도 팁 문화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팁을 미끼로 온갖 갑질과 여성 종업원의 경우 성희롱까지 벌어지는데다가 손님 눈치 때문에 아무 조치도 못 하기 때문에 싫어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작 업주 입장에서도 상당히 귀찮은 시스템이다. 카드로 계산을 받았을 때 서빙 담당자에게 팁을 재지급하는 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소송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업종에 따라선 차지백 위험이 큰 항목이기도 한데, 가령 판매상품 가격보다도 높은 팁은 차지백시 패소할 가능성이 꽤 높다.
받는 서비스에 따라 주는 돈을 다르게 할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보이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1:1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마주해야 하니 대부분 사람들은 서비스 질과 관련 없이 팁을 준다. 면전에서 서빙해준 사람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 자체도 비효율적일 수 있는데 팁 문화 때문에 종업원들이 각자 자신이 담당한 테이블만 신경쓰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업원이 바쁜 것을 보고 놀고 있는 다른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부탁해도 씩 웃으면서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거절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팁은 보통 현금으로 받는데 카드거래가 보편화된 현시점에는 매우 불편하다. 비록 2010년대 들어서 팁을 카드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지금도 상당수가 팁은 현금으로 받는다. 더불어 팁이 추적이 어려운 현금거래인 점과 무과세 대상인 것을 노려 탈세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미국 마피아들이 이것을 노리고 음식점을 돈세탁 용도로 운영한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팁 문화가 사라지고 그 대신 종업원의 임금이 상승하면 음식점의 음식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음성적인 형태로 움직이는 돈이 양성화되면 국가가 거두어들일 세수도 늘어나므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지불해야 할 요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으므로 서비스의 판별이 더욱 쉬워진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보통 백인이 팁을 제일 잘 주는 편이고, 흑인은 백인보다 팁을 적게 주는 편이라고 한다. 동양인은 흑인보다도 팁을 적게 주거나 당연하다는 듯 안 내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팁을 잘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 유색인종에게만 음식값에 팁을 포함해서 더 높은 값을 요구했다가 엄청난 벌금을 낸 사례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