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위원(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을 재판에 넘기자 삼성이 당혹해하고 있다. 우려했던 ‘총수 재판’이 현실이되자 회사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게 됐다며 침통해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던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1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검찰 수심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수심위를 도입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으로선 2017년 ‘국정농단’ 관련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이 3년 반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법정 다툼을 시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는 셈이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최소 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승계 계획안을 담은 계획인 ‘프로젝트G’를 수립해 치밀하게 진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협병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중요 정보를 은폐하는 등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봤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 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라면서 “검찰의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힐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사법 리스크가 삼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3~5년가량 검찰과 법정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2017년부터 ‘국정농단’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삼성으로선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뉴 삼성’을 공식 천명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뉴 삼성‘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더뎌지게 됐다.
초대형 사법 리스크로 인해 2016년 하만 인수 후 멈춘 대규모 인수합병 등 중장기 투자 계획도 올스톱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심위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