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살인·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이른바 '사적 처벌'을 이어오다 무고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등재해 논란이 일었던 '디지털 교도소'가 운영을 재개했다. 사적 처벌은 아동 성착취물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텔레그램상에서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성범죄자 추정인 신상 공개 사이트 '디지털교도소'는 이날 현재 운영 중이다.
이 사이트는 무고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 8일 운영을 중지했다. 당시 디지털교도소에 접속했을 때 '403 Forbidden'(서버 접근거부)이란 메시지가 떴다. 이후 사흘만인 전날(11일) 이른바 '2대 운영자'가 입장문을 올리며 운영을 재개했다.
'2대 운영자'는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됐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디지털 교도소 운영이 극히 어렵다고 생각해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1기 운영자는 미국 HSI(국토안보수사국)의 수사협조 소식을 들은 후 8월부터 이런 사태에 대비했고, 여러 조력자들에게 서버 접속 계정과 도메인 관리 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자신이) 고심 끝에 사이트 운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이 재개된 사이트에서는 자의적 판단에 의한 처벌이 계속되는 상태다. 앞서 '성 착취물을 구매하려 했다'는 이유로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를 등재했던 대학교수의 정보는 삭제됐지만 신상이 공개된 뒤 결백을 호소하다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유명대학에 재학중이던 대학생의 사진과 신상 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자 측은 "운영진은 해당 남성이 '지인능욕'(지인과 성인배우 사진 등의 합성을 요구하는 행위)을 한 게 확실하다"면서 "정말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면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과 음성파일 성문대조를 통해 진실을 밝혀달라.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누명이라고만 주장하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운영자 추적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제도적·현실적·물리적 제약에도 용의자를 특정해서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를 한 상태"라고 말한 바 있다.
사적 처벌을 이유로 다중의 신분증, 사진 등 신상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개해 온 텔레그램 방 '주홍글씨'는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경찰은 이 부분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활동한 주홍글씨 '자경단'은 이날 오후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약 9700명이 가입돼 있고, 500여명이 여전히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다.
사적 처벌을 받은 이들의 사진은 3100장이 넘었고, 영상도 100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난 2~3월부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조롱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서로에게 "(주동자의) 아이피(IP)가 이미 광주청(광주지방경찰청)에 넘어갔으니 곧 경찰이 추적해서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경찰을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도 추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경단,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등도) 성착취물과 불법 성영상물 관련 범죄자와 함께 연말까지 집중해 소탕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