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초부터 박해일의 노인 분장과 김고은의 파격적인 노출신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관심이 노출 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성인 영화 취급을 받은 측면도 있다. 포스터에서도 보듯 제작사가 처음부터 성인영화처럼 마케팅을 했던 것도 큰 이유다. 그와 맞물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관객들이 악평을 남겼다. 감상평이 에로 영화로 남았다면 작품에 대한 해설을 꼭 볼 것을 권한다.
물론 영화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이나 단순한 노출 영화라는 매도는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이 영화는 소설과 달리 흐름이 그렇게 매끄럽다고 하기 어렵고 인과의 얼개도 다소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요컨대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캐릭터는 평면적으로, 이야기는 보다 단순하게, 전반적으로 각색해 놓았는데, 이 과정에서 설득력은 부족해졌다.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영상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으며, 몇몇 씬은 꽤 유치하게 연출되었다. 주연 3인의 캐릭터 연구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으나, 결국 영화에 드러난 연기에서는 어색한 기운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특히 원작 소설을 읽었던 관객의 경우, 소설과 비교해 부정적인 평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즉, 무조건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혹평을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은교는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예술 영화라고 보기도 어렵고, 비주류 영화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감독이 지나치게 난해할 수 있는 요소들, 예를 들면 이적요와 서지우의 미묘한 관계라던지 이적요의 젊음과 늚음에 대한 복잡한 생각등을 생략했고, 비교적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은교는 존재감 있는 원작을 미장센 예쁘게 잘 뽑아낸 평범한 상업 영화가 되었다. 주제도 싱그럽고 어린 여자와, 그에게 동시에 욕정과 욕망을 품으며 서로를 질투한 끝에 모두 파멸에 이르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비교적 단순하게 변했다.
등장 주연배우의 경우, 이적요 역을 맡은 박해일은 열연한 흔적은 보이지만 아무래도 굳이 젊은 배우를 늙게 분장시킬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자꾸 젊은 모습이 투영되어서 캐릭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평, 이끼의 천용덕 이장 같은 경우에도 정재영이라는 젊은 배우를 노년으로 분장시킨 사례가 있지만, 이 경우에는 과거 회상 장면 등을 통해 젊은 모습의 비중도 적지 않았던 것에 반해, 은교의 경우는 젊은 모습-늙은 모습을 오가는 비중도 그다지 높지 않을 뿐더러 굳이 같은 배우가 연기했어야 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반대로 감독이 소설에 비해 영화를 비교적 단순화시키며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의 영화 속 비중이 매우 중요해졌다. 영화 속 두 남자의 시선이 모두 은교에게 맞춰져 있는 만큼, 연출도 은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영화의 영상미가 상당히 아름다운 편이다. 특히, 극 중 17세 고등학생인 은교의 싱그럽고 파릇한 젊음과, 미성년자라는 역할과 모순되는 관능미를, 그리고 배우 김고은의 순수한 마스크를 잘 살려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흰 티를 입고 흔들의자 위에서 잠든 은교의 모습이 나오는데, 은교의 아름다움이 가장 잘 표현되는 장면으로 호평받았다. 다만, 주인공의 극중 나이가 17세 고등학생인데다 상당히 관음적인 시점의 베드신도 있어, 아동성애 및 로리타 증후군 영화라는 비난도 있다.
베드신은 총 두 번 나오는데, 이적요가 상상 속에서 은교와 관계를 갖는 장면과, 은교가 서지우와 관계를 가지는 중에 이를 훔쳐보는 이적요의 모습이 나온다. 김고은의 경우, 촬영 당시 만 20살이라 다른 배우들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베드신을 찍은 셈인데, 그만큼 베드신에서 미성년자라는 역할에 맞게 풋풋한 그림이 제대로 나온다. 특히 베드신에서 드러나는 은교의 아직 덜 성숙되어 보이는 육체는 이적요의 탐닉과 욕정의 대상이 되며, 그럴수록 이적요의 늙고 병든 몸과 대비되며 비참함을 안긴다. 이런 이적요는 은교에 대한 욕망을 소설로 풀어쓰는 데에 만족한다. 한편 스승인 이적요의 인정을 받지 못한 서지우는 반대로 이적요의 관심을 받는 은교에게 박탈감을 느끼며, 이적요의 욕망의 대상인 은교의 육체를 취함으로써 스승의 모든 것을 갖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렇게 은교의 젊음 및 육체가 극중 내내 두 남자의 욕망의 대상이자 핵심 요소가 되었기에, 베드신에서 김고은을 아주 적나라하게 벌거벗기는 연출이 선택되었다. 노출 수위도 은교의 가슴은 물론이고 유두와 음모까지 나오는 등, 아주 높았고, 이적요가 관음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카메라 또한 관음적인 시선으로 은교의 몸을 담아내었다. 그와 동시에, 이들과 같은 시점을 공유하는 관객 또한 은교의 육체를 관음하는 공범자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김고은은 신인에다가 만 20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베드신에서도 은교라는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했는데, 그 특유의 명랑하면서도 청순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은밀한 관능미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김고은은 이 베드신에 대해 "부담스러웠지만 노출이 스토리에서 사건의 고리 역할을 하기에 촬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