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다큐선 흉기 난동사건 "행복해 보이는 여성 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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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다큐선 흉기 난동사건 "행복해 보이는 여성 죽이고 싶다"


2021. 8. 8.

 

2021년 8월 6일 오후 8시 30분경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오다큐 오다와라선 세이조가쿠엔마에역 부근을 지나던 오다큐 전철 신주쿠행 쾌속급행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주변 승객들에게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 승객의 등과 가슴 등을 찌르고 열차 칸을 이동하면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그러다 칼이 부러지자, 그는 열차 바닥에 식용유를 뿌리고 대형 라이터로 불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 사건 발생 신고를 접수한 기관사가 열차를 긴급정차했고, 용의자는 선로로 뛰어내려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휴대폰을 현장에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승객 9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들 중 처음 칼에 찔린 20대 여성은 중상이었으나, 다행히 중상을 입은 20대 여성을 포함한 부상자들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오다큐 전철에 따르면 당시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수백 여명 정도였으며, 남성이 도주한 후 역무원들이 승객들을 선로에 내리게 한 뒤 소시가야오쿠라역 방향으로 긴급 대피시켰다고 한다. 당시 사건이 일어난 열차 내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칼을 든 남자가 있다", "살인사건이다, 살인", "누구 구급버튼 가까이 계신 분 좀 눌러 주세요!", "지혈해야 하는데 수건 같은 것 있으신 분?"이라는 등 다급한 외침 소리가 오가는 모습이 한 승객의 휴대전화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도주한 범인은 사건 발생 약 1시간 30분 후인 밤 10시경 스기나미구의 한 편의점에서 검거되었다. 경시청에 따르면 범인은 30대 남성으로, 편의점 점원에게 자신이 현재 뉴스에 나오는 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히면서 "도망치는 데 지쳤다"고 말했고, 점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검거되었다.

8월 7일 범인의 신원이 36세의 츠시마 유스케(対馬悠介)로 밝혀졌다. 츠시마는 경찰 조사에서 "6년 쯤 전부터 행복해 보이는 여성을 보면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면서, "자신은 쓰레기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행복해 보이는 여성을 죽이고 승객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해하려 했다"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인 8월 6일 신주쿠의 한 식품 매장에서 들치기를 하다 적발되어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 때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매장 점원이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여성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며 어처구니없는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들치기를 했던 식품 매장으로 돌아가 점원을 죽이려 했으나 가게 문이 닫혀 있어서 범행 장소를 전철로 바꾸었다고 한다. 또한 정차역이 적은 쾌속급행차량에 대량살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열차를 범행 장소로 골랐다고도 밝혔다. 정작 그는 '여성을 죽이고 싶다'라고 한 것 치고는 상대방이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흉기 난동을 벌였으며, 부상자들도 중상을 입은 20대 여성 이외에는 모두 남성이었다. 경찰은 그가 (사람을) 죽이지 못해 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함에 따라 더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츠시마의 자택 유리창이 깨져 있었으나, 인근 주민에 따르면 1주일쯤 전 밤에 츠시마의 집 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그가 평소 이웃과 마찰을 빚은 일은 딱히 없었다고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묻지마 범죄 사건이었기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을 속보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건 소식을 접한 일본인들도 큰 충격에 빠졌으며, 개중에는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본 시민들의 반응은 범인을 비난하는 한편으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피해자들과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 등이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행복해 보이는 여성을 죽이고 싶었다'라는 범인 츠시마의 범행 동기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36살이나 먹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치하다", "겉으로 행복해 보일지 몰라도 과연 그 상대방이 진정으로 행복한 건지 알고나 한 행동인가"라며 비난하는 한편, 가뜩이나 사건 이전부터 묻지마 범죄가 횡행했던 상황에서 또 사건이 터지자 코로나 시국과 연관지어서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츠시마가 차내에 식용유를 뿌리고 방화를 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휘발유도 아니고 식용유 가지고 들어와서 불을 지를 생각을 했다니 얼마나 사고방식이 1차원적이냐"라며 조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식용유는 발화점이 보통 섭씨 240도 이상이기 때문에 방화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열차 내 방화를 시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여성을 죽이려 했다는 것은 단지 구실일 뿐, 처음부터 남녀를 불문한 대량 살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일본 국토교통성 철도국은 도쿄 올림픽으로 경비 체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임을 감안, 사건 직후 경찰과 연계하여 철저한 보안 강화 및 승객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각 철도 사업자 측에 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