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사과없는 판,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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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사과없는 판, 검사"

판사님, 이의 있습니다. 원칙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이 폭행과 위법 수사로 15살 소년에게 살인누명을 씌운 사건입니다. 관련자를 모두 증인으로 불러야 합니다! - 박준영 변호사



2000년 8월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엉뚱한 사람을 강압수사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내 무고하게 옥고를 치르게 한 사건이기도 하다. 택시 기사였던 피해자 유모 씨(당시 42세)는 범인 김모 씨(당시 19세)에게 흉기로 12군데를 찔렸고, 결국 폐 동맥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의 관할서인 전북 익산경찰서는 용의자로 사건 현장 인근에서 범인 도주를 목격한 최모 군(15세, 다방 커피배달원)을 지목했으며, 최 군을 살인 혐의로 체포하여 조사하였다.

익산경찰서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으며, 검찰은 살인 혐의로 최 군을 기소하였다. 최 군은 무고를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최군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으며, 국선변호인의 감형설득으로 인해 유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버리게 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깊이 반성하는 점"을 참작하여 5년을 감형한 징역 10년을 선고하였다. 최 군이 최종적으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되었으며, 최 군은 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하다 2010년 만기 출소하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 만기 복역한 것도 모자라, 출소 후에는 설상가상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택시 기사의 사망보험금에 이자 1억 4천만원을 구상권 청구 당하게 된다. 그리하여 최 군은 재심을 신청하였고, 검찰과의 지리한 싸움 끝에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당초에 무혐의로 풀려났던 범인 김모 씨는 긴급체포되었고 2018년 3월 27일 15년형이 선고되어 사건은 진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2003년 본래 사건을 맡았던 익산경찰서가 아닌 옆 지역 전북 군산경찰서가 "진범은 최 군이 아니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였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몰아 수 년간 징역을 살게 한 폭탄급 스캔들로 드러날 것이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많은 고심을 거듭했으며, 한 시민의 인생을 망친 억울한 누명이 이대로 그냥 묻혀선 안 된다는 판단에 결국 정식 재수사를 개시하였다.

2003년 6월 5일, 전북 군산경찰서는 이 사건의 살인혐의로 김모 씨(1981년생), 김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임모 씨(1981년생, 김모 씨의 친구)를 체포하였다. 체포 당시 김모 씨는 진범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정보를 꽤나 신빙성 있게 진술하였으며, 자기 대신 무고한 최 군이 누명을 쓰고 복역하게 된 사실을 알고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진술하였다. 김모 씨의 도피를 도운 임모 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진술도 김모 씨의 자백과 상당부분 일치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의 부검 소견 흉기를 목격했던 일반 시민의 증언도 김모 씨의 자백에 상당한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은 "물증인 흉기를 확보하지 못하였다"며 김모 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 신청을 계속 반려하였다. 당시 담당 형사이자 군산경찰서 소속이었던 황상만 형사가 쓰레기 매립장 전체라도 수색하겠다며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신청하자, "흉기에 대한 특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또한 반려하였다. 즉 물증이 없어서 구속영장 발부가 어렵다고 했으나, 정작 물증을 찾겠다고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신청하자 물증인 흉기에 대한 특정이 부족하다고 퇴짜를 놓은 것. 황상만 형사는 약 1년의 끈질긴 수사와 영장 청구를 했지만 오히려 강력반 형사에서 지구대로 좌천되었고 수사팀은 해체하였다.

결국 김모 씨는 긴급체포기한인 48시간이 지나 석방되었으며, 석방 이후 모처의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당시 심신미약으로 인해 허위진술을 하였다"고 주장했다. 김모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던 임모 씨는 죄책감 탓인지 2012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2015년 6월 22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으나, 검찰은 대법원에 항고했다. 2015년 7월 속칭 '태완이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 본 사건이 발생한 것이 2000년 8월 10일이므로, 간신히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으며, 진범에 대한 재수사 및 공소제기 요건을 충족하게 되어 재심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2016년 11월 17일 재심에서 이미 10년을 복역한 최모 씨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에 따라 검찰은 2016년 11월 19일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38살 김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드디어 청구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성기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영장실질심문을 거쳐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1월 21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의 재심을 신청하였고,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등법원 제1형사부에서 이 사건의 재심 판결이 나왔다. 결과는 살인죄로 복역하였던 최모 씨에게 살인혐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여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폭력을 동원한 무리한 범인 만들기를 하여 누명을 씌운 사건으로 확정되었다.

최모 씨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같은 날 오후,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당시에는 풀어줬던 진범으로 유력한 김모 씨에 대해서 출국금지 조치를 하면서 경기도 모처에서 김모 씨를 긴급체포하였다. 검찰이 16년 전과 달리 김모 씨가 진범임을 밝혀내 법원에서 유죄 선고가 나게 될 경우, 이 사건은 당시 진범은 체포하지 못하고 무고한 사람에게 고문을 가해 조작하였던 것임이 밝혀진다.



죄를 뒤집어쓰고 약 10년이나 징역을 살았던 당사자 최 씨에 대해 법원은 형사보상금 8억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최 씨가 이 형사보상금 중 10%를 반으로 나누어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 5%, 진범 잡는 데 도움 준 전 형사반장에 5%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20년 9월 8일 재심을 담당한 박준영 변호사가 밝힌 근황에 따르면 보상금 일부를 사기당하기도 했다고 하여 씁쓸함을 전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