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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에 책임지지 않는 김어준 논란

먼저 김어준의 가장 큰 논란거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들어가면, 자신의 발언에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틀렸더라도 아님 말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김어준 자신과 추종자들이 맹비난을 퍼붓는 조중동 및 기레기와 별다를 게 없는 행태라는 점에서 내로남불이 아니라기 어렵다.



물론 김어준의 분석 혹은 예측이 맞은 경우도 많다. 십자군 알바단, 서울시장 재보선 디도스 공격 사건, 정치적 의도에 의한 연예인 스캔들 발표,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제기 등은 이후 제보자가 나타나거나 물리적, 상황적 증거가 제시되며 적중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우석 쉴드, 심형래옹호, 세월호 고의 침몰설, 2012년 대선 K값 조작설 제기 등의 경우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거나, 유야무야 시간이 흐르며 화제가 가라앉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게 밝혀져도 MB/박근혜/국정원을 신뢰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라며 상대 진영의 '악함'을 부각시켜 벗어나려 하고,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내 진짜 의도는 다른 곳에 있었다'라는 식의 정신승리하는 발언도 한다.

이러한 김어준의 행동은 마치 아이돌 팬덤과도 같은 그의 추종자들로 더욱 공고화된다. 음모론,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예측이 실패할 경우 추종자들은 '의도가 좋았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합리적 의심이었다'는 정신승리 삼신기를 활용하여 쉴드를 치고, 다른 이슈가 발생할 때까지 침묵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음모론 외에는 "○○가 ○○할 것이다" 하는 식의 행동예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맞을 경우 지지자들은 "역시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틀리더라도 "미리 예측했기 때문에 ○○가 ○○하지 못한 것이다!" 라는 식이다. 강렬한 추종자들은 위의 음모론이나 틀린 예측 및 자기합리화,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역으로 나꼼수 문서에도 나오듯이 '그래도 맞춘 것도 있다'는 식으로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말했듯 일종의 아이돌 팬덤화 현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김어준 항목에서도 보듯이, 그가 어쩌다가 맞은 예측조차도 이미 다른 곳에서도 다룬 적이 있거나 다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중간정리하면, 김어준의 예측력은 사실 추종자들이 추앙하는 만큼 뛰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유시민, 전원책과 같은 정치평론가들의 예측 확률이 훨씬 높다. 김어준의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말이 너무 많다. 뭔가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음모론을 들이대는 수준이니, 개중 맞는 것이 간혹 있다 하더라도 상당수는 틀릴 수밖에 없다.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기 이전부터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짜놓은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이다. 둘째, 바로 짜놓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놓으며 말하는, 스스로 무학의 통찰이라 부르는 것에 관한 지나친 자신감이다. 

김어준은 '무학의 통찰'이란 자작 용어로 자신을 무장한다. 공부를 통해 얻은 것이 아닌, 직관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딱딱한 엘리트주의자들과 자신 사이에 선을 긋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위 꼰대로 대변되는 현 한국 사회의 엘리트주의에 지친 이들은 이 '무학의 통찰'이란 프레임에 열광하게 된다. 즉 김어준이 스스로 공언하는 '무학(혹은 무식함)'은 빈말 혹은 겸양의 차원이 아닌 '통찰'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에 가깝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어준은 사실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아전인수격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해당 학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김어준의 의견과 반대된다면 그 의견은 기득권층의 시각이니 걸러 들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리고현재는 김어준이 기득권층, 학계나 전문가 의견이 본인의 의견과 일치한다면 전문가들 역시 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하는 것이 되는 식이다. 설령 나중에 살펴보니 맞는 이야기였다 해도, 발언 당시에는 대체적으로 근거가 부족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김어준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조선일보 등 기득권 세력에 대한 지독한 반감이 김어준의 내부에 뿌리깊게 박혀 있음은 그의 언행을 보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김어준에게 조선일보 및 현 자유한국당, 재벌 등 기득권 세력은 악이다. 그렇다면 반대편에 있는 우리, 김어준이 딴지일보 창립 시절부터 한결같이 지지해 온 민주당계 정당과 진보정당, 나아가 그들을 지지하는 김어준 자신은 '선'이어야 한다. 아래에 있는 숱한 트리비아를 보면 나오듯, 김어준의 사안 평가는 진영논리에 의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잘못이라도 같은 지지 진영에 대해서는 진영논리로 단순화시키며 논리를 전개한다. 언론인, 정치평론가로서 이는 분명 비판받아야 할 요소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단결하게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원리원칙이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어준식 정치관은 흑백의 양대 진영 대립구도에서 모략과 공작을 통해 우위를 점하는 것에 치중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정의나 원칙은 밀려난다. 그럼에도 김어준이 이 지향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득권을 '악'으로,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악으로 보는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서 똑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제도권 언론인이 아니었기에 자유롭게 자신의 진영논리를 펼칠 수 있었고, 이에 동조하는 추종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 방법론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이 지지해 온 노무현, 문재인이 보여주었던 정치적 행보와 김어준의 방식이 대척점에 있다는 점이다. 김어준의 추종자들이 지난 대선의 판을 김어준이 짰다고 주장하는데, 지난 대선판은 문재인이 스스로 기획하고 짠 것이다. 문재인은 스스로의 저서에서 밝히듯 대전략을 외연의 확대로 잡았으며, 그에 따라 김종인 등을 영입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의원에 따르면 4.19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뒤부터 최순실에 관한 정보를 잡았고, 이를 빌미로 정부를 압박할 계획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그러다 JTBC의 타블렛 PC건이 터진 것이다. 물론 최순실 관련 이슈는 김어준 역시 오래 추적해 온 것이었으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김어준은 선거에 큰 도움이 안되는 음모론에 집착했다.[3] 이 음모론 역시 부족한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를 '악'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운 것이다. 외연 확대를 대전략으로 잡은 후보 당선을 돕는데 진영 대립구도를 강화하는 활동을 한 자가 당선에 공헌하였다는 역설을 추종자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 결과적으로 김어준의 지지자들, 혹은 김어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정치를 공작과 모략만이 날뛰는 파워게임의 장으로 인식하게 된다. 물론 정치인이라면 권력추구는 당연하며, 대한민국 사회는 워낙 다양한 이익계층 및 이념들의 갈등이 혼재해 있기에 정치가 그들의 다툼을 대신해주어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정치인이 아닌 '정치'의 이상향은 그런 싸움 자체에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여기서 김어준을 약간이나마 옹호해보자면, 유시민이 괜히 '진보어용지식인'을 자처한 게 아니다. 적어도 진보진영의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언론지형은 진보진영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또한 이명박근혜의 미친듯한 실정, 이들의 탄핵과 구속,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갈수록 극우화되어가는 자유한국당, 정권교체 이후 낱낱이 드러나는 삼성의 비도덕적-불법적 행태 등등, 김어준이 '악'으로 규정한 진영에게는 응당 그리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너무나도 많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선과 악'의 프레임 자체를 김어준은 자기 자신을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정봉주 성추행 의혹을 쉴드 쳤다는 비판을 받아도,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김어준이 지금껏 해온 스탠스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종합하면, 김어준의 진영논리는, 민주적 가치나 사회적 정의는 도외시하고 음모론이나 알맹이없는 공격적인 워딩과 말싸움에 열광하는 미성숙한 정치 참여자, 혹은 시민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아니면 반대로 아직 정치적으로 미성숙한 시민들이 많아 김어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현재 김어준은 음모론을 잘 내뱉고 발언에 책임은 지기 싫어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진보성향 음모론자 언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