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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 가던 포르쉐를 살려준 구세주 '카이엔'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제조사인 포르쉐가 생산 중인 고성능 중형 SUV 카이엔.


카이엔(Cayenne)은 매운 고추를 뜻하며, 프랑스령 가이아나의 수도 명칭이기도 하다. 포르쉐 카이맨이 타국의 지명을 이름으로 사용한 사례를 볼 때 후자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포르쉐의 대주주인 폭스바겐의 투아렉과 아우디의 Q7에 깔리는 PL 시리즈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플랫폼은 폭스바겐의 상용 밴인 트랜스포터의 가로배치 전륜구동 플랫폼을 세로배치형으로 마개조한 것이다. 포르쉐는 카이엔을 생산하기 위하여 작센 주 라이프치히에 공장을 신설했으며, 파나메라와 마칸도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만든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위치한 폭스바겐 현지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는 Q7 및 투아렉과 달리, 카이엔은 브라티슬라바 현지공장에서 차체만 제작한 후 라이프치히에 있는 포르쉐 공장으로 옮겨서 조립을 끝낸다.

2013년 기준 포르쉐 매출의 절반 정도를 카이엔이 책임지고 있으며, 역대 포르쉐 자동차 누적 판매량의 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유명한 사실.

자동차 매니아나 평론가들 사이에선 평가가 갈리는 모델이지만, 포르쉐 박스터와 함께 1990년대 경영 악화로 쫄딱 망해 가던 포르쉐를 살려 준 구세주.

골수 포르쉐 마니아들은 이차를 포르쉐의 순수성을 망친 주범이라고 하지만, 다른 포르쉐 모델의 개발비를 벌어 오는 나름 효자 상품이기도 한다. 따라서 굳이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돈을 벌어 911의 개발비에 투자해 911의 성능을 높여주는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세대 (955/957, 2002~2010)
1990년대 말, 포르쉐는 911 시리즈의 전통이었던 수평대향형(BOXER) 공냉식 엔진을 수냉식 엔진으로 바꾸는 대담한 시도를 실행에 옮겨 일명 996형을 출시한다. 당시 한계에 다다른 공랭식 엔진을 대체해서 수랭식으로 교체해 성능을 늘리고, 운전하기 쉽게 만들어 새로운 오너들을 끌어올려는 계산이였다. 그러나 포르쉐를 좋아하던 매니아들과 평론가들에게 "포르쉐의 전통성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라는 욕을 먹으며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특히나 911의 이전 모델인 993형보다 값이 훨씬 비싼데다 도장 찍듯이 공장에서 무제한 양산해 버리는 바람에 포르쉐의 스포츠 이미지 + 가격대비 성능을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우며 우호적인 반응을 얻었던 기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버린다.



하지만 포르쉐의 재무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안보였고, 어떻게든 기사회생을 노리기 위하여 생각한 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준비 중이던 모델을 포르쉐 역사상 최초의 SUV로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였다. 당시의 자동차 시장에서 대대적인 SUV 붐이 일던터라 이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었고, 당시 포르쉐의 대주주였던 폭스바겐이 자사의 상용 밴인 트랜스포터에다가 세로배치 개조 플랫폼을 공유하도록 도와 주면서 개발에 큰 보탬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플랫폼이 PL 시리즈 플랫폼이고, 1세대 카이엔의 플랫폼 코드는 PL71이다.

<1세대 카이엔>


우여곡절 끝에 포르쉐 최초의 SUV인 카이엔은 2002년에 전 세계에 출시되었는데, 초기엔 언론과 자동차 평론가들에게 욕만 잔뜩 먹었다. 탑기어에서는 "멍청이들이나 살 만한 물건" 이라고 혹평했고, 못 생긴 자동차를 뽑는 앙케이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망할 거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거기에 "개구리"라고 불리는 포르쉐 차량의 특징과 함께 연료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서 황소개구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리고 실제로 1세대 카이엔은 (아무리 디자인은 취존이라지만) 정말 못 생겼다.

이렇듯 스포츠카만 만들던 포르쉐에서 최초로 만들어낸 SUV라 그런지 포르쉐 매니아들에겐 전통을 깨 버렸다든지, 포르쉐답지 않다는 욕을 꾸준하게 먹고 있다. 특히 카이엔이 스포츠카라고 주장하는 포르쉐 측의 의견을 반박하여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는 정반대로 카이엔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팔려 나갔고, 모험을 시도했던 포르쉐에게 엄청난 잭팟을 터뜨리며 포르쉐의 캐시카우가 된다. 이 때 포르쉐가 카이엔의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나 짭짤했는지 대주주인 폭스바겐 그룹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도래하면서 포르쉐의 재무 사정이 압박을 받았고, 오히려 폭스바겐에 넘어가면서 완벽한 가족 회사가 됐다. 어쨌든 판매실적에서는 확실히 엄청난 효자 모델이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밀어 줄 분위기이다. 국내에서도 판매량이 적지 않았는데, 유명 건축가인 이창하씨가 한때 이 차 오너였다.

이러한 카이엔의 인기에 탄력을 받아 좀더 고성능의 엔진과 설계를 적용한 상위급 모델인 카이엔 S, 카이엔 GTS, 카이엔 터보, 카이엔 터보 S 등의 모델을 내놓았다. 카이엔 터보의 경우 제로백 4초대에 최고속력 300km/h를 기록하여 웬만한 스포츠카급의 스펙을 자랑한다. 폭스바겐제 V6 3.0리터/V8 4.2리터 TDI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탑재한 카이엔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그 중 V8 4.2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무려 382마력으로 세팅했다!!!

<1.5세대 카이엔>


2007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1.5세대를 출시했다. 코드네임은 957.

2세대 (958, 2011~2017)

2세대 카이엔


2011년에는 풀 체인지가 된 2세대가 나왔다. 플랫폼 코드가 PL52로 변경되었으며 1세대와 마찬가지로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과 공유한다.

V6 3.0리터 디젤 엔진, V8 4.2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폭스바겐제를 이용하지만, V8 가솔린 엔진은 포르쉐 자체에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 V6 가솔린 엔진도 1세대에서는 폭스바겐제를 썼지만 2세대가 나온 후 약간의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마칸처럼 포르쉐 자체에서 만들어 장착 중이며, V8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개발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슈퍼차저가 달린다.








2015년에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공개했다.

세부 모델은 다음과 같다.

- 카이엔 : 3.6L V6 엔진 / 300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카이엔 S : 4.8L V8 엔진 / 400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카이엔 S Hybrid : 3.0L V6 엔진 & 전기모터 / 333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L당 10km의 연비
- 카이엔 GTS : 4.8L V8 엔진 / 420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카이엔 Turbo : 4.8L V8 터보차져 엔진 / 500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카이엔 Turbo S : 4.8L V8 터보차져 엔진 / 550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제로백 4.5초 & 최고속도 283km/h → 페이스리프트 후에는 570마력 / 제로백 4.1초 & 최고속도 284km/h, 복합연비 6.6km/L, 최대토크 81.6kg·m@2,500~4,000rpm
- 카이엔 디젤 : 3.0L V6 엔진 / 245마력 → 페이스리프트 후에는 262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 카이엔 S 디젤 : 4.2L V8 엔진 / 382마력 → 페이스리프트 후에는 385마력 / 풀타임 4륜구동(AWD)



3세대 (9Y0, 2017~)


2017년 8월 말에 드디어 공개됐다. 앞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뒷모습이 파나메라 2세대와 비슷한 모양으로 달라졌으며 실내의 센터페시아 또한 파나메라 2세대와 똑같아졌다.

BMW X6, 벤츠 GLE 쿠페 등을 겨냥한 카이엔 쿠페도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3세대 카이엔은 같은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SUV들인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아우디 Q7과 플랫폼을 공유하며, 2세대 파나메라와 엔진을 많이 공유할것으로 보인다.




여담

대한민국에서도 카이엔의 인기가 은근히 많은데, 특히나 여성들에게 지지도가 높다. 탑기어 코리아에 출연한 여성 게스트들 대부분이 카이엔의 성능과 디자인에 만족하는 오너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전국 각지에서 카이엔을 운전하는 여성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1억원대의 고가이다 보니 돈 좀 벌었다는 부잣집 사모님들이 카이엔의 오너인 경우가 많은데 일부에선 강남 싼타페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영향 탓인지, 실제로 30대의 기혼 부유층들의 승용차는 제네시스 G80 이나 제네시스 EQ900이고, 그 부인들의 승용차는 카이엔인 경우가 흔하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가격 대비 가치 때문인지 돈 좀더 보태서 포르쉐를 구입하자는 심리로 인해 아우디 Q7보다 카이엔이 좀더 많이 돌아다닌다.

유명 연예인들도 카이엔을 많이 타는데 연기자 한채영이 카이엔 터보 S의 오너라고 하며 배우 심혜진도 카이엔을 소유하고 있다. 래퍼 빈지노도 카이엔의 오너이며 연기자 고현정이 정용진과 이혼하기 직전에 일어난 신세계 회사 명의의 차량도난 사건에서 도난당한 차량이 바로 카이엔이다.

카이엔의 대성공에 따라 포르쉐에서는 카이엔에서 일부분을 차용한 포르쉐 파나메라라는 5도어 고급 GT 패스트백 모델을 2009년에 내놓았다. 또한 포르쉐에서 비슷한 컨셉의 중형 SUV가 나온다는 떡밥이 끊임없이 나왔는데, 2013년 말에 동생뻘이자 아우디 Q5 및 아우디 A4의 플랫폼을 공용하는 포르쉐 마칸이 공개되었다. 마칸도 카이엔, 파나메라와 함께 라이프치히의 포르쉐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