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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로 기초학력 공개 논란 격화! 학교 서열화 우려

기초학력진단 결과 공개로 인한 교육 투명성과 학교 서열화 논란

대법원이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제정한 기초학력 보장 지원 조례가 적법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 조례는 서울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진단 검사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서울시교육청이 제기한 조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조례가 상위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서울시 내 학교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교육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학교 간 서열화와 지역별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회는 약 2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내려진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기초학력 보장이 공교육의 핵심 책무이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과 일부 교육 단체는 공개로 인해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되고 학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례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교육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기초학력진단 평가의 역사와 변화

기초학력진단 평가는 200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로 처음 도입되었다. 서울 지역 대부분의 학교는 2009년 교육부가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 보정 시스템을 활용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3월에서 4월 사이에 평가를 시행한다. 초기에는 평가 결과가 공개되었으나 2017년 이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시행 여부와 과목 선택이 결정되고 결과는 외부에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결과 공개가 재개된다면 9년 만의 정책 변화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학습 결손이 심화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초학력 보장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고 이는 학교별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조례 재의와 대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기초학력 미달률의 심각성

서울시의회는 기초학력 미달률의 증가를 조례 제정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률은 2019년 국어 4퍼센트, 수학 9퍼센트, 영어 3.6퍼센트에서 2023년 국어 8.6퍼센트, 수학 16.6퍼센트, 영어 8.7퍼센트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과 교육 격차 확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음에도 서울시교육청이 문제 해결보다 소송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과목 2019년 미달률 (%) 2023년 미달률 (%)
국어 4 8.6
수학 9 16.6
영어 3.6 8.7

공개로 인한 잠재적 영향

교육 투명성과 학습 지원 강화

기초학력진단 결과 공개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이 각 학교의 교육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학교별 교육 성과를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를 식별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수학 미달률이 높은 학교에서는 보충 수업이나 학습 코칭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공개된 데이터는 교육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원을 위한 예산 배분이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보다 정확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서열화와 부동산 시장 파장

반면 결과 공개는 학교 간 서열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정 학교의 기초학력 성취도가 낮게 나타나면 학부모들이 해당 학교를 기피하고 우수한 학군으로 이사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이는 학군에 따라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교육이 주거 선택의 주요 기준 중 하나라며 기초학력진단 결과 공개가 지역 등급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학군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는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구와 같은 고급 학군 지역은 이미 높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과 공개로 인해 가격 상승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반대로 기초학력 성취도가 낮은 학교가 많은 지역은 주거 수요가 감소하며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교육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교육청의 대응과 향후 과제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초학력진단 결과 공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혜정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운영팀 장학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공개 여부와 조례에서 규정한 책무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학교별 결과 공개 시 익명 처리를 통해 서열화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예를 들어 학교명을 직접 공개하지 않고 지역 또는 학교 유형별로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과 공개의 방식과 시기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하면서도 교육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면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개 데이터를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특정 과목의 세부 성적 대신 전반적인 학습 성취도만 공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또한 공개 시기를 학년 초로 설정해 입시 경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적 논의와 균형의 필요성

기초학력진단 결과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교육 투명성과 사회적 공정성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다. 서울시의회는 공개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공교육의 책임성을 높이는 필수 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시교육청과 진보 교육 단체들은 공개가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경쟁 중심의 교육 문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육 정책의 차원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적 계층 이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 당국은 학부모 단체 지역 주민 부동산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원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학교 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병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서울시의 교육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며 향후 정책 결정과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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