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과대 광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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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예방' 과대 광고사건


2021. 5. 27.

2021년 4월 13일,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의 보도자료가 대대적으로 발표됐다. 바이러스가 활동중인 세포배지에 불가리스를 넣으면 바이러스의 활동량이 크게 억제 된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당히 올랐다. 다만, 종가기준 주가상승분 모두 반납하고 최고가대비 약 35% 하락하였다.

하지만 특정 물질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과, 해당 물질을 먹어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지는 건 완전 별개의 이야기다. 단순히 바이러스 자체를 파괴하는 멸균 행위는 굉장히 쉽다. 일례로 락스는 살균효과나 항바이러스 효과가 절륜하지만, 락스물을 마신다고 해서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진 않는다. 시중에 있는 흔한 비누도 99%의 살균력을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멸균 과정은 단순히 단세포 수준의 생물을 죽이거나 단백질을 파괴하는 행위며, 우리몸의 세포들도 이런 멸균/항균제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한다면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정 물질들이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야 사실이라 치더라도, 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접촉하게 하는지도 문제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계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불가리스로 코렁탕을 하지 않는 이상 항바이러스의 효능을 누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주사로 불가리스를 넣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 항바이러스 효과는 불가리스가 특별한게 아니라, 발효유에 있는 젖산의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 즉, 경쟁사 제품도 똑같이 실험하면 역시나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질병관리청에서도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남양유업 측은 해당 발표는 어디까지나 항바이러스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의 발표로 코로나19의 예방이나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해서 연 행사로 남양유업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애초에 연구 자체가 한국의과학연구원으로 남양유업이 발주해서 낸 불가리스 연구용역이며, 연구에 불가리스 제품 및 연구비 등을 지원한 것도 남양유업이며 #, 해당 주제의 발표자도 남양유업 소속의 소장급 비등기임원이고, 수많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것도 남양유업인데다 #, 심포지엄의 임차료도 남양유업이 지급했다고 한다. # 이런 상황에서 무관하다고 오리발 내미는건 어불성설이다. 이번에도 남양유업 마케팅 특유의 내 입으로 거짓말은 하진 않았다 식의 과대광고라고 할 수 있다.

애당초 기업에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 경영진 모르게 진행되었을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일을 기안한 실무부서부터 승인한 임원진까지 줄줄히 썩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대대적으로 홍보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자살골도 이런 자살골이 없다.

결국 식약처와 공정위에서 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허위사실 유포뿐만 아니라 주가 조작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인지될 시 금융감독원 조사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

4월 15일 식약처는 15일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만 항바이러스 세포 시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스 전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와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심포지엄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를 홍보해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남양유업에 식약처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처분으로 인해 남양유업이 세종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등의 유가공 제품은 2달간 판매가 금지된다. 유제품의 유통기한을 생각해볼 때, 기껏 만들어놓은 제품을 팔아보지도 못하고 몽땅 버려야 하는 신세가 된 듯하다. 결과적으로 시궁창인 이미지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린 최악의 한 수.

4월 16일, 남양유업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해당 사과문은 세포 실험에서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나타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세포실험 단계의 결과 만으로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사과문 같지 않은 4과문이었다. 얼핏 보면 임상실험에 대한 이해가 낮은 소비자가 세포실험 결과를 효능이 검증된 것으로 오해했다는 내용으로 읽힐 수도 있었다.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한 주체는 다름 아닌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끝까지 변명과 엉터리 광고질을 하는 치졸한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젠 남양이 남양했다 식의 새삼스럽지도 않은 듯한 반응까지 나왔을 정도.

결국 이번 사태로 8년 전과 마찬가지로 남양은 또 다시 불매운동을 겪게 됐다. 일부 네티즌은 코로나19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접종하는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하며 남양유업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외려 크게 부메랑을 맞은 남양 측은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2021년 5월 3일, 사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엔 홍회장의 지분율이 50%를 넘고, 4명의 사내이사 중 3명이 가족관계인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5월 27일에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각하고 남양이 사모펀드에 넘어가게 되면서 남양의 최후를 맞이하게 만들었다.